성큼 다가온 가을, 아침저녁으로 부는 선선한 바람에 기분마저 좋아지는데요. 이런 황금 같은 계절에 여행을 떠나지 않을 수 없겠죠? 예로부터 삼재(三災)가 들지 않는 좋은 기운이 흐르는 곳으로 알려져 있는 경북 예천의 금당실마을. 이곳은 전국에서 가장 긴 돌담길을 간직하기도 한 전통이 살아 숨 쉬는 특별한 공간이에요. 이런 금당실마을에 자리한 ‘덕용재4.9’는 120년의 품격을 지닌 한옥 스테이입니다. 부부가 함께 고택을 가꾸고 지키는 ‘덕용재4.9’ 최기용, 김선희 대표의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Q. 안녕하세요, 대표님. ‘덕용재4.9’는 어떤 공간인가요? 처음 듣는 분들을 위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이름에 담긴 뜻도 궁금해요.
‘덕을 지닌 용’이라는 뜻의 덕용재(德龍齎)는 경북 예천의 금당실마을에 자리한 120년 된 전통 고택입니다. 사방이 기와 돌담으로 둘러싸여 있고, 솟을대문을 닫으면 외부와 완전히 차단되어 마치 시간이 멈춘 과거로 돌아간 기분을 느낄 수 있죠. 덕용재 뒤에 붙은 4.9는 한옥 체험업으로 운영되는 이곳을 찾는 고객들에게 받고 싶은 목표 평점을 의미해요. ‘덕용재4.9’는 호텔이나 신축 한옥과 달리 아궁이에 불을 때며 난방을 합니다. 이렇듯 현대적 편리함을 느끼기 어렵기에 5점을 받을 수 없을 거라 생각했는데, 지금까지 ‘덕용재4.9’를 이용한 고객들은 모두 5점 만점을 주셨습니다.
Q. ‘덕용재4.9’는 120년이 넘은 고택인데요, 이런 고택 민박을 운영하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을까요?
처음엔 고택에서 중전마마처럼 살고 싶다는 제 아내의 말에 이끌려 이곳에 들어오게 됐습니다. 막상 와보니 손봐야 할 곳이 한두 군데가 아니었죠. 그런데 이 고택은 문화재 등록을 신청한 상태라 함부로 수리를 할 수도 없었어요. 혹시라도 나무에 손상이 갈까 염려돼 수세미로 대청마루와 바닥을 하나하나 닦았는데, 세월의 때가 벗겨지자 고풍스러움이 한 겹 더 깊어졌습니다. 이렇게 멋진 고택을 저희만 누리기보다 다른 사람들과도 함께 나누고 싶다는 마음이 들더군요. 그래서 한때 외양간으로 쓰이던 공간에 화장실과 샤워장을 설치하고, 장판도 새로 깔아 고택의 외형은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손님을 맞이할 수 있도록 정비했습니다.
Q. 세월을 머금은 고택에서의 삶, 처음 상상했던 여유로운 모습과 비슷하신가요? 아니면 그 안에서만 느낄 수 있는 또 다른 고충도 함께였을까요?
중전마마처럼 살려고 왔는데 막상 고택에서 살아보니 생각보다 쉽지 않았어요. 저는 800평 대지에 무성하게 자라는 풀을 뽑고, 남편은 겨울을 나기 위해 장작을 모으고, 문턱과 마루를 수시로 오가는 불편함도 있죠. 부지런히 몸을 움직여야만 가능한 일들이에요. 그럼에도 이 모든 수고를 감수하게 만드는 고택의 삶은 그 자체로 힐링입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가만히 앉아 있기만 해도, 오래된 고목에서 풍겨오는 내음에 마음이 편안해지거든요. 별이 쏟아지는 날 마루에 앉아 하늘을 바라보는 일, 좋아하는 음악을 크게 틀어놓고 마음껏 감상하는 일, 비 오는 날 수영을 즐기는 것까지. 도시에서는 상상도 못할 꿈같은 일들이 이곳에서는 가능해요.
Q. 요즘 한옥체험업은 외형은 전통 한옥이지만, 내부는 현대식으로 꾸민 곳이 많은데요, 그런 가운데 아궁이에 불을 때는 전통 방식을 고집하는 이유가 있을까요?
저희 부부도 처음에는 현대식으로 리모델링을 하고 싶었어요. 아궁이에 불을 지피는 일은 손도 많이 가고, 번거로운 일이거든요. 하지만 지난겨울을 이 고택에서 보내면서 생각이 달라졌습니다. 아궁이에 불을 지핀 구들방에서 자고 일어나면 몸이 한결 가뿐해지는 걸 느낄 수 있었어요. 전통 온돌이 주는 따뜻함과 건강한 열기 덕분이겠죠. 게다가 이건 단순한 난방을 넘어 특별한 경험이 되기도 해요. 이불 밖 머리 위로는 찬 공기가 스치고, 이불 속 목 아래로는 뜨끈한 기운이 감도는 그 느낌. 호텔에서는 느끼기 어려운 체험이잖아요. 이처럼 전통방식 그대로의 온기를 느낄 수 있는 것이 고택의 가장 큰 매력인데, ‘덕용재4.9’에서는 그런 특별함을 직접 체험할 수 있습니다.
Q. 아내의 소원으로 들어왔던 ‘덕용재4.9’를 한옥체험업으로 운영하게 되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운영 철학이 무엇인가요?
고객의 편리함을 최우선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물론, 호텔이나 신축 한옥 스테이에 비해 불편한 점이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그런 불편함 속에서도 편안함을 느낄 수 있도록 세심하게 신경 쓰고 있어요. 예를 들어, 고택이지만 방 안에서 원격으로 조명을 제어할 수 있도록 했고, 중정의 밤을 더욱 아름답게 만들어줄 led 조명도 설치했습니다. 빔프로젝터도 준비되어 있어, 밤하늘 아래에서 영화 한 편 즐기기에 딱 좋죠. 그리고 무엇보다도 행랑아범인 저와 행랑어멈인 아내가 24시간 행랑채에 머물며 고객 응대에 즉각적으로 반응하고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차별점이에요. 또한 이곳은 외진 곳에 있어 주변에 식당이 없는데요, 고객의 편의를 위해 정성스러운 조식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습니다.
Q. ‘덕용재4.9’는 혼자 여행하는 고객들에게도 편안한 공간이 될 것 같아요. 혼자만의 시간을 특별하게 만들어주는 요소가 있을까요?
마루에 앉아 조용히 책을 읽거나, 마당을 바라보며 명상에 잠기는 것만으로도 고택을 온전히 즐기는 방법 중 하나입니다. 하지만 지인들과 함께 오면 아무래도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기 어려워 고택이 지닌 깊은 매력을 놓치게 되는 경우가 많죠. 그래서 저희는 혼자 여행하시는 분들이 더욱 편안하게 머무실 수 있도록, 평일 할인 쿠폰을 별도로 제공하고 있습니다. 외부의 소음과 스트레스에서 잠시 벗어나 오롯이 나에게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을 ‘덕용재4.9’에서 경험해 보셨으면 좋겠습니다.
Q. 법령에 따라 인허가를 받은 세이프스테이 ‘덕용재4.9’! 한옥체험업으로 관광사업 등록이 되어있는데요, 안전과 위생은 어떻게 관리되고 있나요?
처음 이곳에 왔을 땐 소화기 한 대만 갖추고 있었습니다. 이후 한옥체험 민박을 운영하게 되면서 소화기를 2대 더 추가해 현재는 총 3대를 비치해 두고 있습니다. 저희는 아궁이에 불을 때는 구조이기 때문에, 일산화탄소 경보기도 각 방마다 설치했습니다. 국내에서 생산된 정밀한 고가 제품을 사용해 안전성을 더욱 높였어요. 청소와 소독은 매일 실시하며, 이불은 세탁 후 햇볕에 바짝 말려 청결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또한. 행랑어멈이 간호사 출신이라 응급 비상약품을 갖추는 것은 물론, 위급 상황에도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는 것이 ‘덕용재4.9’의 또 다른 강점입니다.
Q. 마지막으로, ‘덕용재4.9’를 운영하면서 궁극적으로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나요?
지난해, 저희 아이들과 옹기종기 모여 고택에서 겨울을 보냈어요. 편한 아파트 생활에 익숙해진 아이들에겐 고택에서의 삶이 고생스러웠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이 불편함은 곧 새로운 추억이 되었어요. 저희 부부는 ‘덕용재4.9’를 찾아주시는 모든 분들께 이런 소중한 시간을 선사하고 싶어요. 불편함마저 따뜻한 기억으로 남는 공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언제든 다시 떠올리고, 언젠간 꼭 다시 오고 싶은 그런 특별한 고택으로 남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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