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르게 변화하는 콘크리트 빌딩 숲 사이에 100년 가까이 한자리를 지켜온 곳이 있습니다. 오랜 세월이 지나도 그 고유의 정취를 품고 있는 서울의 옛집. 마치 과거로 시간 여행을 떠난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는데요. 서울특별시 종로구에 위치한 ‘와하녹’은 한옥 고유의 디테일이 살아있어 전통과 현대의 미학이 함께 어우러진 숙소입니다. 도심 속에서 전통을 지켜내고 있는 ‘와하녹’ 정문주 대표의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Q. 안녕하세요, 대표님. ‘와하녹’은 어떤 공간인가요? 처음 듣는 분들을 위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이름에 담긴 뜻도 궁금해요.
기와 아래라는 뜻의 ‘와하’와 푸를 ‘록(녹)’, 말 그대로 기와 아래의 푸르름이라는 뜻을 가진 ‘와하녹’은 서울 종로구 대학로의 한 골목 안에 위치한 오래된 가옥입니다. 가족들이 해외에 거주하고 있어서 한국에 방문했을 때 편안하게 머무를 수 있는 공간이 필요했어요. 늘 꿈꿔오던 마당 있는 집을 찾다 이 집에 매료되었죠. 그렇게 가족들을 위해 ‘와하녹’을 지었고, 가족뿐만 아니라 여행객과도 이 공간을 나누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민박업을 운영하게 되었습니다. ‘와하녹’은 한옥체험업으로 정식 등록된 민박업인데요, 하루 한 팀, 최대 3인까지 머무를 수 있습니다.
Q. ‘와하녹’을 이루고 있는 구조에 대해 설명해 주세요. 특별한 점이 있다면요?
‘와하녹’은 한옥 특유의 ‘ㄷ’자형의 구조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처마와 지붕, 서까래를 그대로 보존해 고유의 미를 살렸죠. 특히 높은 천장과 거실 통유리에 신경을 많이 썼는데요, 창밖을 통해 화단이 보이게 설계했습니다.
아파트와 달리 흙이 주는 아늑함을 느낄 수 있게끔 마당 일부를 정원으로 가꾸었어요. 여름엔 ‘와하녹’ 마당의 상징인 두릅나무의 싱그런 잎, 여름에만 볼 수 있는 꽃, 온종일 비치는 햇빛, 비 오는 날의 비단석이 기와와 어우러져 한옥의 정취를 한껏 더 끌어올린답니다.
시간이 켜켜이 쌓인 만큼, 한옥의 구조에서도 그 깊이를 느낄 수 있어요. 오래된 집이지만 충분히 튼튼하고, 오히려 시간이 만들어준 멋과 온기가 있죠.
이 모든 요소들이 와하녹을 단순한 숙소가 아니라 하나의 ‘살아있는 공간’으로 만들었어요.
Q. 오래된 전통 가옥 ‘와하녹’! 전통을 유지하면서도 현대식으로 바꾼 부분은 어떤 점인가요?
이 집이 등기상으로 기재된 날짜는 1943년인데요, 한자로 기록된 등기소를 열람해 보니 90년 이상 된 한옥이었어요. 오래된 만큼 낡기도 했기에 민박업을 시작하기 전 손을 많이 봤습니다. 처마와 지붕, 서까래와 원목으로 짠 싱크대하부장, 마당에 호피석을 까는 것, 분합문과 교창까지 제 손이 안 간 곳이 없었죠. 낡은 것을 없애기보다 전통을 살리면서도 현대적인 편의성에 중점을 뒀어요. 거실엔 긴 원목 테이블을 놓았고, 블루투스 스피커와 빔프로젝터로 머무는 이들의 취향을 생각했어요. 또 욕조를 설치해 여행의 긴 하루를 편안히 정리할 수 있게 했죠. ‘와하녹’을 찾아주시는 모든 분들이 전통 가옥의 운치와 현대의 편리함이 조화로움을 이루는 공간에서 안락함을 느끼셨으면 좋겠습니다.
Q.‘와하녹’은 서울의 중심부라 할 수 있는 대학로에 위치하고 있는데요, ‘와하녹’에서 느끼는 서울의 옛 정취란 어떤 의미일까요?
대학로는 복잡하고 사람도 많지만, 골목 안으로 들어오면 마치 시간의 흔적을 따라 과거로 잠시 되돌아간 느낌을 받을 수 있어요. ‘와하녹’에서 느껴지는 서울의 옛 정취는 단순히 오래된 집이나 인테리어에서 오는 향수라기보다는 골목골목에 스며든 이야기와 공간이 주는 여유, 그리고 느린 호흡에서 비롯됩니다. 도심 한가운데에서도 과거의 감성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는 점이 ‘와하녹’만의 매력이에요. 오래된 낡음이 현대적으로 보여지면서 고객들에게 익숙하면서도 색다른 차원의 여운을 남기거든요.
Q.‘와하녹’을 소개하면서 ‘바쁜 도심 속에서 찾을 수 있는 평화’라고 덧붙이셨는데, ‘와하녹’에서 찾을 수 있는 평화란 무엇인가요?
제가 ‘와하녹’에 머무는 분들께 가장 바라는 점은 그들이 바쁜 일상의 긴장감을 모두 내려놓고 여기서만큼은 완전한 고요함을 느끼는 거예요. ‘와하녹’에 들어서는 순간, 익숙한 도시의 풍경이 아닌 조금은 낯선 한옥의 정서가 손님들을 맞이하죠. 오래된 기와지붕 아래 마당의 바람과 햇살, 그리고 작은 화초 하나하나가 주는 아날로그 감성은 요즘 세상에서 쉽게 만날 수 없는 특별한 경험이잖아요. ‘와하녹’의 마루에 앉아 자연이 주는 소리를 들으며, 아무런 목적 없이 정원을 바라보는 순간 느낄 수 있는 그 평화로움을 만끽하시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Q. ‘와하녹’을 유지하고 관리하는데 있어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은 어떤 점인가요?
제가 ‘와하녹’을 유지하고 관리하면서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은 바로 단열입니다. 이 집은 오래된 한옥이다 보니 계절에 따라 온도 차이가 크고, 작은 틈 하나에도 바람이 들어올 수 있어서 단열 관리가 굉장히 중요해요. 겨울에는 문틈, 창호, 벽면을 하나하나 꼼꼼히 점검하며 보완하고 있고, 여름에는 실내가 시원하게 유지될 수 있도록 자연 바람과 차양을 활용해 온도 유지를 하고 있어요.
Q. ‘와하녹’은 한옥체험업으로 관광사업 등록이 되어있는 곳인데요. 법령에 따라 인허가를 받은 세이프스테이로서, ‘와하녹’의 안전과 위생, 그리고 편의시설은 어떻게 관리되고 있나요?
외부 출입문 앞과 담장에 총 두 대의 CCTV가 있어요. 현관은 도어락으로 이중 잠금장치를 했고, 소화기와 화재경보기 역시 구비되어 있어요.
위생 관련해서는 전문 방역업체를 통해 정기적으로 점검을 하고 있습니다. 침구류 소독 역시 세탁뿐 아니라 햇빛에 자연 건조를 하여 청결성을 높였어요. 숙박업소는 청결이 가장 중요하기에 주기적인 방역과 보수 관리에 늘 신경 쓰고 있습니다. 오래된 집일수록 작은 먼지나 습기에도 민감하기 때문에 집안 곳곳을 자주 소독하고 환기해 쾌적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어요.
이런 관리는 누구에게 맡기는 것이 아닌, 매일 조금씩 직접 관리해요. 제가 손수 지키고 꾸려가는 공간이라는 책임감과 애정에서 비롯된 일이죠. 덕분에 ‘와하녹’을 찾아주시는 분들이 ‘오래된 집인데도 참 관리가 잘 된 곳’이라고 말씀해 주세요.
새로운 집을 짓는 것보다 옛집을 허물지 않고 멋을 살려내는 것이 전통 보전의 원칙이라고 생각해요. 현대적인 편의성을 더해 한옥의 매력을 살리는 동시에 이 매력을 보다 널리 알리고 싶어요. 외국어 안내 책자를 구비해 놓았기 때문에 한옥의 아름다움이 언어를 넘어 외국인들에게까지 잘 전해질 거라 믿어요.
Q. 마지막으로, 오랜 시간이 지나도 ‘와하녹’이 어떤 공간으로 기억되길 바라나요?
‘와하녹’은 제가 나이가 들어서도 머물고 싶은 공간입니다. 세월이 흐를수록 원목의 작은 흠집마저 그 자체로 아름다운 흔적이 되어 중후한 멋과 품격이 자연스레 느껴질 것 같거든요. 제가 만들어낸 이 집의 가치를 더 많은 사람들이 공감해 주길 바라요. 100년을 버텼지만, 100년이 더 지난 후에도 지금처럼 이 자리에 있길 바랍니다. 서울의 오랜 정취를 담은 한옥을 더 많은 사람들이 아끼고 이용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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